모든 사람들은 탐욕(貪慾)과 진에(瞋에)와 우치(愚痴)와
교만(矯慢)이라는 네 가지 독화살이 있어 병의 원인이
된다. 병의 원인이 있을 때 질병은 일어나며, 오한
(惡寒)과 열병(熱病)과 폐병(肺病)과 상기(上氣)와
구토(嘔吐)와 피부병과 마음의 병과 설사와 눈병과 귓병
과 복통과 신경질과 도깨비와 귀신에 홀린 병 등 몸과
마음의 여러 병이 일어나느니라. - 열 반 경 -
업(業)이란 ?
업은 오온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불교의 핵심인 반야심경에서, 모든 생명체는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오온의 모습은 공(空)이라 하였다.
지수화풍을 기본 구성 원소로 하고 있는 우리의 몸은 오온의 쌓 임에 의하여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오온(五蘊)은 색. 수. 상. 행. 식을 말하는데, 색(色)은 육체를 말하고, 수상행식은 육체에서 활동하는 정신작용을 말한다.
가령, 길을 가다 웅덩이에 빠졌다고 할 때 그것을 수(受)라 하며, 그로 인하여 생기는 분노와 고통 등 마음의 움직임을 상(想)이라 하며, 그리고 그 움직임에 따라 행해지는 행위를 행(行)이라 하며, 이러한 체험을 통하여 얻어지는 ‘그 길로 가지 말아야겠다’ ‘나쁘다. 좋다.’는 등의 지식이나 관념 등을 통틀어 식(識)이라 한다.
그리고 육신인 색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수상행식의 활동에 따라 업(業)이 이루어진다.
업이란 갈마라고도 하는데 짓다의 뜻으로, 몸과 입과 뜻으로 얻어지는 모든 선악의 소행을 말하며, 이것을 원인으로 또 다른 선악의 과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업은 존재의 법칙성이며 인과의 필연성이다.
태어날 때 타고난 운명을 “숙명(宿命)”이라 하며, 사람에게 닥쳐오는 모든 화복과 길흉을 “운명(運命)”이라 한다.
그래서 숙명은 선업의 과보이며, 운명은 미래에 받게 될 업의 원인이라 한다.
우리들 중,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간혹 도를 깨우친 수행자들 중에 자신들의 전생까지 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기억하지 못한다 해서 그것을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조차 부정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또한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하여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생의 업연에 따라 저마다의 숙명을 짊어지고 태어났다.
이렇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세상에 태어났듯이, 현재의 업에 따라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래에도 또 다른 숙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업은 우리가 존재하는 법칙성이기도 하며, 그 법칙성은 원인과 결과를 낳는 필연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행동은 선악으로 표현되며, 그 중 선한 원인은 좋은 결과를 맺어 주고, 악한 원인은 나쁜 결과를 맺어 줌으로서, 우리의 마음은 육체를 벗어나더라도 그 업에 따라 육도 윤회를 돌게 한다.
육도란 천계(天界), 인계(人界), 수라계(修羅界), 축생계(畜生界) 아귀계(餓鬼界),지옥계(地獄界)로 나뉘어져 있어서, 육신을 벗어 던진 우리의 영과 마음은 생전의 과보에 따라 또 다른 생명체로 변화되어 저마다의 숙명을 짊어지고 윤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질병이나 현실의 모든 고통들은 업의 표현이다.
질병의 고통이나 현실의 답답한 제반 문제들이나 어떠한 소원을 기원하고자 찾아오는 이들에게 우리는 먼저 자신들의 업장소멸을 발원하라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말한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온다고 왔는데 무슨 업장 소멸이며, 알지도 못하는 선업을 어떻게 소멸하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원인 없는 결과는 한가지도 없다.
다음 장에서도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육신의 온갖 질병들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속의 칠정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며, 현실의 괴로운 문제점들 또한 한순간 자신의 삼독(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다스리지 못하여 생긴 것임을 상기할 때, 죽음을 경계로 하여 기억 속에서 소멸되어 버렸을 뿐, 전생의 모든 업보는 현재 우리가 겪는 육신의 질병이나 또는 온갖 고뇌와 고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전생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전생은 부모님이며, 금생이 우리의 현 모습이며, 미래는 우리의 자식들임을 생각할 때, 지금 이 순간 탐진치로 얼룩진 마음에서 비롯된 업은 나의 자손대로 그리고 그 자손대로 계속 이어져 내려가므로 써 업연은 백년도 안되는 바로 나의 생(生)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업의 소멸
분노하는 마음은 수라계와 탐욕 하는 마음은 아귀계와 어리석은 마음은 축생계 그리고 그 세 개의 세계는 지옥계와 연결되어 사후의 세계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만번 살고 만번 죽는다는 지옥의 고통은, 굳이 사후가 아니라도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삶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마다 사람들에게는 불성(佛性)이 있으며 또한 아귀의 마음이 있다는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지옥과 극락을 오가며 살고 있는 우리의 변덕스러운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현재 내가 받고 있는 숙명적인 고통이 크면 클수록 나의 선업은 소멸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은 소멸되면서 또 다른 업을 위하여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을 같이 동반하게 된다.
그리하여 선업과 아울러 당면해 있는 마음의 움직임에 휩쓸리다 보면 또다시 미래의 업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과 사는 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라고도 할 수 있다.
선업에 의한 현실의 과보를 받음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묻혀 있는 불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을 단속한다면 비록 선업에 의한 숙명의 과보는 받을지언정, 미래에는 선한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함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녹은 쇠에서 생겨 그 쇠를 흠이 가게 함과 같이,
부정(不淨)한 행자는 스스로 지은 업에 따라
악처(惡處)로 이끌어 가리. - 법구경 -
